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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가구에 숨결을 불어넣는 리폼 러너 우사인너트의 폐가구 재활용 스토리

  • 2025. 6. 19.

    by. nutblog

    책장 리폼 전, 버릴까 말까 망설였던 순간

    집 안 창고 한편에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책장이 있었다. 원래는 아이 방에 두었던 것이었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가구를 교체했고 이 책장은 자연스럽게 쓰임을 잃었다. 겉에는 긁힌 자국과 얼룩이 가득했고, 한쪽 모서리는 습기 때문에 벌어져 있었기에, 처음엔 당연히 폐기물로 분류하려 했다. 하지만 막상 버리려고 보니, 이 책장엔 아이가 어릴 적 그린 낙서도 남아 있었고, 가족의 시간이 스며든 흔적이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는 '버리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고쳐보자'는 마음으로 책장 리폼에 도전하기로 했다. 사실 리폼 경험은 거의 없었고, 이 책장이 처음이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본격적인 리폼이 시작됐다. 결과는 놀라웠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분위기 있는 가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리폼’이란 단어의 의미를 처음으로 온전히 체감한 순간이었다.


    책장 리폼의 핵심은 구조 점검과 표면 정리

    책장 리폼을 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구조 점검이었다. 책장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각 판이 제대로 고정돼 있는지, 나사가 헐겁진 않은지 꼼꼼히 살펴야 했다. 간단한 드라이버와 망치를 이용해 느슨해진 부분을 조여주고, 틈이 벌어진 곳엔 목공용 본드를 채워 넣었다. 그런 다음 중요한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샌딩’이었다.

    샌딩은 리폼 전 꼭 거쳐야 할 단계다. 이 작업을 통해 표면의 거친 질감과 얼룩을 없애주고, 페인트나 바니시가 잘 먹도록 만든다. 우리는 전동 샌더 대신 사포 블록을 사용했는데, 손이 좀 많이 가긴 했지만 오히려 구석구석 손이 닿아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먼지를 깨끗이 닦아낸 뒤, 본격적인 칠 작업이 시작됐다. 기존의 진한 갈색을 덮기 위해서는 프라이머를 한 번 바르고, 그 위에 밝은 우드톤 컬러의 수성 페인트를 두 번 덧칠했다.


    책장 리폼 후, 공간이 달라졌다

    페인트가 마르고 조명이 비췄을 때, 우리는 눈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게 진짜 우리가 고친 거 맞아?’ 싶을 정도로, 책장은 고급스러운 우드톤 가구로 재탄생했다.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던 과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자연광을 반사하며 방을 더 밝고 따뜻하게 만드는 인테리어 포인트가 됐다. 책장 하나 바꿨을 뿐인데 공간 전체의 무드가 바뀐 것이다.

    책장 리폼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이 가구는 단순한 수납 용도를 넘어, 감성 소품과 조화를 이루는 오브제가 되었다. 상단에는 작은 식물 화분을 올리고, 중간 선반엔 직접 만든 포토 프레임을 배치했다. 책장에 꽂힌 책도 일부러 컬러 배치를 해 분위기를 맞췄다. 책장의 용도는 그대로지만, 기능과 미적인 만족도는 전혀 다른 차원이 되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리폼'이라는 단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었다.

     

     

     

    책장 리폼의 진짜 가치는 ‘기억을 살리는 일’

    이 리폼 프로젝트가 끝나고 난 뒤, 우리는 또 다른 가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그전까지는 단순히 쓸모없어진 물건으로 치부했던 것들이, 지금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책장 리폼은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우리 가족의 추억을 다시 끄집어낸 작업이었다. 아이의 낙서가 있던 옆면은 일부러 남겨두었고, 그 위엔 투명 바니시를 덧발라 보호했다.

    리폼의 가장 큰 가치는 단지 물건을 고치는 데에 있지 않다. 그 안에 담긴 기억을 보존하고, 버려지기 직전의 것을 다시 삶으로 되돌리는 데에 있다. 우리는 새 책장을 사는 대신, 이 책장을 고치며 시간과 노력을 들였고, 그 과정은 고스란히 우리의 삶에 쌓였다. 책장 리폼은 우리에게 단순한 셀프 인테리어가 아니라, 감정을 되살리는 도구이자, 지속 가능한 생활을 실천한 작은 발걸음이었다.


    책장 리폼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와 해결법

    초보자들이 책장 리폼을 시도하면서 가장 많이 겪는 실수는 샌딩이나 도장 작업을 대충 끝내는 것이다. 겉보기엔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이 과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마감 후 들뜸이나 얼룩이 생기기 쉽다. 특히 책장은 면적이 넓고 눈에 잘 띄는 가구인만큼, 작은 마감 차이도 전체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샌딩을 생략하지 말고, 최소한 두 번 이상 사포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 프라이머를 꼭 먼저 발라야 페인트가 고르게 흡수된다. 처음에는 손이 많이 가지만, 한 번 제대로 해두면 시간이 지나도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갈라지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책장 리폼은 기초 공정이 80%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전 준비가 핵심이다.


    책장 리폼 후 달라진 가족의 생활 패턴

    놀랍게도 책장을 리폼하고 나서 우리 가족의 생활 패턴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그전에는 아이가 책을 아무 데나 쌓아두거나 자주 책을 찾지 않았지만, 책장 리폼 후부터는 정리정돈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참여해서 만든 가구’라는 자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부모 입장에서도 리폼한 책장이 주는 감성적인 무드는 생각보다 크다. 밋밋했던 거실 한켠이 따뜻한 분위기로 채워지고, 손님이 올 때마다 “이거 진짜 네가 고친 거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작은 뿌듯함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책장 하나 바꿨을 뿐인데, 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소중해졌고, 우리 가족이 그 공간에 더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책장 리폼, 단순한 리폼을 넘어선 지속 가능한 삶

    마지막으로, 책장 리폼은 단지 하나의 가구를 다시 쓰는 행위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했다. 무언가를 쉽게 버리고 쉽게 사들이는 소비 중심의 생활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후 우리는 책장뿐 아니라 오래된 의자, 작은 협탁, 거울 프레임 등 다양한 가구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단순히 리폼을 넘어 생활 속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 번의 책장 리폼이 남긴 것은 단순한 Before & After의 비교가 아니라,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의 전환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